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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아픈 한 때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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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갈피를 잡지 못해서 그런 때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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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현실에 모두 제 갈 길을 찾아 떠나고 혼자 휑하니 남아있었을 때의 그 당혹스러움: 모든 것이 허공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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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
떠있는 듯한, 그래서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존재의 가벼움, 산만해진 시선은 좀체 초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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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추질
못하고, 이리저리 거실을 맴돌며 한참 서성이다 어디로든 나서야겠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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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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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일종의 강박관념이었다. 그렇게라도 하질 않으면 금방이라도 뭔일을 저지를 것만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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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흔들리는 유리잔 속의 고요함처럼 애써 평정을 유지하며 택한 hiking, 그렇게 천천히 자전거 페달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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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으며 바깥 공기를 마시자 그제서야 모든 것이 자리를 잡은 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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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인적이 드문 산비탈 오솔길을 따라 오르자니 이름 모를 묘지 한 켠에 따사로운 봄햇살을 받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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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증맞게
피어난 자줏빛 꿀풀, 갑자기 어린 시절이 얼핏 떠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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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호기심이 많았던 어린 시절, 무료한 일상에 어찌나 심심하던지,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다 우연히
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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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풀, 꽃을 갓피운 꽃덮이 부분을 입으로 살짝 떼내고 아랫부분을 쭉쭉 빨자 뭔가 달작지근한
맛이 혀 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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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치듯 살살 녹이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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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달콤한 그 맛은 황홀 그 자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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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단맛에 대한 느낌이 강렬하던지 밭 한 켠에 자리한 묘지들을 샅샅이 훑으며 찾아헤맸던 그 꿀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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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꿀풀이 지금 이렇게 내 앞에 우뚝하니 자리하고 있다, 맘껏 단맛을 빨아도 된다는 듯한 그 자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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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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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에, 여태 나 자신을 옥죄어왔던 그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아득한 동심의 세계로 흠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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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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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나마
진정 자유롭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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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묵직했던 머리속이 개운해지고..., 그리고 heal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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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이 꽃 이름이 왜 'Self Heal'인지 알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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