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 inCorea
  꿀풀(Self Heal) 4346
 
Bg Sound: Peace by G. Winston
 
  참으로 아픈 한 때가 있었다.  
  몸이 아파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갈피를 잡지 못해서 그런 때가 있었다.  
  팍팍한 현실에 모두 제 갈 길을 찾아 떠나고 혼자 휑하니 남아있었을 때의 그 당혹스러움: 모든 것이 허공에  
  붕 떠있는 듯한, 그래서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존재의 가벼움, 산만해진 시선은 좀체 초점을  
  맞추질 못하고, 이리저리 거실을 맴돌며 한참 서성이다 어디로든 나서야겠다는...  
  그랬다.  
  그것은 일종의 강박관념이었다. 그렇게라도 하질 않으면 금방이라도 뭔일을 저지를 것만 같은...  
  그런 흔들리는 유리잔 속의 고요함처럼 애써 평정을 유지하며 택한 hiking, 그렇게 천천히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바깥 공기를 마시자 그제서야 모든 것이 자리를 잡은 듯했다.  
  그렇게 인적이 드문 산비탈 오솔길을 따라 오르자니 이름 모를 묘지 한 켠에 따사로운 봄햇살을 받으며  
  앙증맞게 피어난 자줏빛 꿀풀, 갑자기 어린 시절이 얼핏 떠올랐다.  
 
  유난히 호기심이 많았던 어린 시절, 무료한 일상에 어찌나 심심하던지,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다 우연히 접한
  꿀풀, 꽃을 갓피운 꽃덮이 부분을 입으로 살짝 떼내고 아랫부분을 쭉쭉 빨자 뭔가 달작지근한 맛이 혀 끝을
  감치듯 살살 녹이는데...
  아- 달콤한 그 맛은 황홀 그 자체였다! 
  어찌나 단맛에 대한 느낌이 강렬하던지 밭 한 켠에 자리한 묘지들을 샅샅이 훑으며 찾아헤맸던 그 꿀풀!
 
  그 꿀풀이 지금 이렇게 내 앞에 우뚝하니 자리하고 있다, 맘껏 단맛을 빨아도 된다는 듯한 그 자태로!  
  ......  
  참으로 오랫만에, 여태 나 자신을 옥죄어왔던 그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아득한 동심의 세계로 흠씬...  
  자유로웠다.  
  잠시나마 진정 자유롭았다.  
  한동안 묵직했던 머리속이 개운해지고..., 그리고 healing!  
 
- 이제야 이 꽃 이름이 왜 'Self Heal'인지 알 것 같다 -
 
- 이제 우리는 자연과 어울려 지내는 법을 익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