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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쌓인 불영계곡 LeeKH
 
 
 
 언제였던가.
 공무원 시험친다고 몇달간 대구 팔공산 자락에 기거하며 공부한 적 있었다.
 쉽사리 현실에 타협할 수도 있었으련만 어설픈 자존심은 졸업을 하고도 시험에 매달릴 정도로 강렬했다. 하지만 철없이 달려들었다는 걸 깨달았던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랬다.
 어느 추운 시험 당일, 어찌나 자신이 없던지.....
 한번쯤 응시해봤어도 괜찮았을 법도 했지만 시험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님을 잘 알기에 서둘러 포기를 했는지도 모른다.
 일주일 정도만이라도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난 무작정 동해안으로 향했다.
버스에 오르어 자리에 앉자니 마음 한 구석이 웬지 찜찜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느낌이 빈번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래도 팍팍한 마음만은 가눌 길 없었다.
그렇게 버릇처럼 동해안 7번 국도에 몸을 맡기자 어느새 사르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그렇게 잠시 망각의 순간에 빠져드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울진 부근에 다다랐다.
 '울진!'
 난생 처음 와보는 곳이었지만 아직도 이데올로기의 잔상이 남아있는 듯한 '울진', 낯선 이방인에겐 더욱 음산하게만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다.
마땅하니 갈 곳을 정하지 못해 잠시 마음이 어수선하던 그 때 저만치 앞에 '불영계곡'이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 가면 웬지 숨어들만한 구석이 있을 것만 같았다.

 알알한 기운이 감도는 산중턱에 승객을 내려놓은 버스가 이내 지저분한 뒷태를 내보이며 저만치 아래로 사라지자 다시 적막감이 감돌았고, 난 버릇처럼 또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얄팍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산길을 오르자니 하얗게 눈쌓인 산비탈 여기저기서 이름 모를 산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그리고 저만치 아래서 희끗희끗한 머리의 신사 한 분이 길동무인듯 따라올라오고 있었다.
 (아니, 그는 내내 같은 버스를 타고 왔다. 약간 어눌해보이기도 해서 신사라기 보단 오히려 전위적인 예술가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런 부류의...)
 모처럼 여유를 부리고픈 마음에 애지중지하던 노란색 MyMy를 켜자 ‘The Cars’의 'Drive'란 노래가 나의 마음을 헤아린 듯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Who's gonna.....'
 몇 번 반복되는 선율에 귀를 맡기자니 어느새 절 앞에 다다랐다.
 '......?'
 막상 갈림길에 접어들자 어디로 가야할 지 선뜻 방향이 정해지질 않았다.
난 잠시 머뭇거리다 깊은 산속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랬다.
 나는 숨어들 곳이 필요했다.
 조그만 오솔길을 따라 걷어가자니 그리 크지않은 바위가 계곡 웅덩이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계곡 아래론 쉴새없이 흐러어내리는 물줄기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완연했고, 키작은 대나무 숲의 파릇한 잎사귀에 쌓인 눈은 가파른 절벽을 완만한 경사지로 만들어놓았다. 난 이름모를 나ant가지를 붙잡은 채 눈이 소복히 쌓인 웅덩이를 무엇에 홀린듯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아늑하게만 느껴지는 하얀 눈, 중력의 무게도 그곳에선...
 그렇게 잠시 하늘이 빙글빙글 도ㄹ는 듯한 느낌에 자신을 잊어버리고 자연에 동화되는 그 찰나의 순간,
 "음~~~"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힌 웅덩이 속을 헤집듯 묵직하게 듣려오는 목소리, 저만치 아래서 뒤따라오던 그가 보내는 경고음이었다.
 그것에 놀란 산새 한 마리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오르었고, 순간 주위에 있던 여러 마리의 새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이어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들이 수북히 쌓인 눈을 털고 일어나 거무티티한 자태를 연신 드러냈다.
 아뿔사!
 그렇게 투두둑 떨어지는 눈소리에 움찔 놀라 내려다보니 아래는 아찔한 높이의 낭떠러지였다.
 '아~ 내가 뭔 생각을 했지?'
 그렇게 정신을 차려 뒤를 돌아보니 그 분은 본분을 다했다는듯 벌써 저만치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자신도 잊을 만치 몽롱하고도 아늑한 느낌, 눈쌓인 계곡은 늘 그렇게 야릇한 느낌이었다.
 그랬다.
 잠시 세상 모든 것이 요동치는듯하더니 이내 평정을 되찾은 불영계곡, 그렇게 젊은 한 시절을 훌훌 털어버린 때도 있었다.

 
 
짧다란 머리카락에 전위적 작가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둥그스럼한 얼굴은 필경 OOO(?)
 
 
The background music is 'Drive' sung by 'The C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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